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부동산경매신청권을 곧바로 부여한다면?

등록일 : 2020-02-18 조회수: 1271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부동산경매신청권을 곧바로 부여한다면?



우리나라의 전세(보증부 월세포함) 거주비율은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2018년도 기준으로 35%에 이른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5%가 전세계약 기간 만료이후에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기관으로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도도 있고, 주민등록과 인도 및 확정일자에 의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다.

그러나, 살다보면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을 이용하기에 여의치 않거나 한계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전세계약기간이 끝나고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데, 집주인으로부터 곧바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후속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 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악의적으로 반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세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이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었는데도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였다면, 세입자인 임차인이 단독으로 지방법원 등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 결과, 등기사항증명서에 주택임차권이 등기되고, 세입자는 종전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주지를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 세입자의 보증금이 소액이면 최우선적으로 배당받을 수도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이전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었다면 이 시점의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된다.

주의할 점은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다음에 이사를 하여야 한다. 또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는 건물은 등기된 건물이든 미등기 건물이든 상관없으나 무허가건물은 안된다는 점도 주의하여야 한다. 단독주택의 일부분을 임차하였다면, 임차목적의 부분이 표시된 도면을 임차권등기명령서에 첨부하여야 한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면, 그 이후에 전입한 세입자는 비록 전세보증금이 소액이더라도 최우선변제권이 없고 순위에 따른 우선변제권만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세입자의 거주이전을 자유롭게 하는 임차권등기명령제도가 반드시 장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점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단점은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등기사항증명서에 임차권등기를 한 다음에 별도로 법원에 전세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서 승소판결문이나 지급명령결정문을 받아 강제경매신청을 한 후, 전세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즉시 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여러 복잡한 절차에 의해 장기간이 소요된 다음에 받게 되는 시간적⋅금전적 손해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세입자가 이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다가구주택에 세입자로 거주하다가 임대차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즉시 반환받지 못하였다. 조만간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집주인의 말만 믿고 시간만 허비하다가 지방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하였고, 등기사항증명서의 을구에 주택임차권이 등기되었다. 주택임차권이 등기된 후에 이사를 하고, 지방법원에 전세보증금 지급명령신청을 한 뒤에 지급명령결정문을 받았다. 이 지급명령결정문으로 지방법원에 강제경매신청을 하였고, 경매진행 도중에 가까스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에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주택임차권등기가 말소되었다. 이렇게 소요된 시간이 1년 반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겪었다.

<표> 다가구주택의 임차권등기 사례
(출처:부동산태인)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세입자의 거주이전을 도와주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을까?
기존 연구들에서 제시되었듯이,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등기사항증명서에 주택임차권이 등기가 되면, 이것을 근거로 세입자에게 부동산경매신청권을 곧바로 부여하면 어떨까? 현재는 세입자가 추가로 지방법원에 전세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중간단계를 아예 생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는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더 빨리 전세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파격적인 제안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태인 칼럼리스트 세종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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