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과 지료

등록일 : 2021-08-24 조회수: 586

분묘기지권과 지료



임야의 매매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보이는 분쟁 중의 하나가 ‘분묘’와 관련한 분쟁이다. 땅을 팔려고 계약을 마쳤는데 혹은 땅을 매수한 후 토지를 정비하고 있는데 그동안 안 보이던 묘지가 나타나는 경우이다. 필자도 이 묘지와 관련한 소송을 여러 차례 해 보았는데, 현장을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해서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 겹쳐져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사전 답사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분묘가 벌목하고 나면 나타나는 경우, 계약 당시 분묘의 개수를 확인하였는데 실제로 훨씬 많은 수의 분묘가 땅 위에 존재하고 있었던 경우, 무연고 분묘인 줄 알고 계약을 했는데 묘지의 주인이 나타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에서 분묘의 주인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은 ‘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돈’은 통상의 필요비용보다 상당히 큰 경우가 많다. 필자가 다루었던 사건 중에는 묘지를 이장할 땅을 구매할 비용과 이장비용으로 묘지 1기당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을 요구하는 예도 있었다.

분묘 기지권(墳墓基地權)이라는 권리가 있다. 한자를 풀어 보면 분묘, 즉 나의 묘지를 남의 땅에 터 잡을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남의 토지 위에 묘를 쓴 사람에게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과 비슷한 물권(物權)인데, 이 권리가 참 문제가 많다. 특히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게 되는데(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 63024 판결 등 참조), 이로 인하여 그동안 크고 작은 분쟁이 있어 왔다.

오래된 관습법상 권리였기 때문에, 결국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을 제정하여 해결을 도모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법의 시행일인 2001. 1. 13. 이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 등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즉 묘지 소유자는 장사법 시행일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고,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해서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래서 실제 묘지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묘지가 실제 설치된 날짜가 언제인지를 가지고, 각종 장부, 항공사진, 기록 등이 증거로 제출되기도 한다. 일단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라서 적법하게 분묘기지권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분묘기지권이 있다고 해서, 그 묘지가 위치한 토지에 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도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에게 분묘 기지에 관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럼 묘지와 관련된 분쟁을 최대한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당연히 해당 내용을 매매계약서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묘지에 대한 내용, 앞으로 추가적으로 묘지가 발견될 경우 비용 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 묘지가 철거되지 않아 토지를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계약의 해지를 가능하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까지 계약서에 촘촘히 기재해야 한다. 그냥 별 생각없이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임야에는 묘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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