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전속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의 책임

등록일 : 2022-06-28 조회수: 4610

부동산을 전속 관리하는 공인중개사의 책임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을 대신해서 임대인의 부동산을 관리하고, 임차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다수의 상가 혹은 주택을 가지고 있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을 대리해서 부동산 임차계약을 체결하고, 월세를 대신 받는다. 공인중개사의 관리 범위는 계약에 따라 달라지는데, 단순 임대차 관리를 넘어서 부동산의 유지·보수 관리까지 대행하는 예도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최근 몇 년간 공인중개사 혹은 중개보조인의 배임행위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사건이 있었다. 전형적인 수법은 다음과 같다.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임차인과 전세 계약(법적인 의미에서는 임대차 계약)을 하여 보증금을 받고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했다고 보고를 한다. 보통 월세 계약으로 받는 보증금보다 전세 계약으로 받는 보증금이 크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는 그 차액을 편취 또는 횡령하게 된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일단 월세 계약이라고 임대인에게 보고하였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월세를 지급해야 한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가로 같은 형식의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결국, 새로운 피해자에게 받은 돈으로 앞서 횡령(또는 편취)한 돈을 메꾸어 나가는 형태의 연쇄 범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더는 돈을 돌려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이런 범죄 사실이 밝혀지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상태이다.

이 시점이 되면 월세 보증금과 전세 보증금의 차액만큼을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적은 금액인 월세 보증금만을 받았기 때문에, 그 돈만 임차인에게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을 한다. 반면에 임차인은 자신은 임대인의 대리인과 계약한 것이므로 임대인이 자신이 지급한 전세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최종적으로는 사고를 친 공인중개사가 이 금액을 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해당 공인중개사는 이미 가진 돈이 없고, 유죄판결을 받아 수감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 보험인 공제증서도 그 배상 가능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을 놓고 싸울 수밖에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피해자가 된 것이다.

최근에 임대인의 전세 보증금 반환의무를 인정한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해당 판결의 핵심 내용은 대리인이 권한을 넘은 대리행위를 했고, 그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임대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법리의 적용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나34335판결, 대법원 2020다249004 퇴거 등 청구의 소 등).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민법 제126조의 요건인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사정은 임대차 전후의 사정, 위임장의 유무, 관리계약의 체결과 진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임차인이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여부이다.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 계약의 체결 당시 임대인의 위임장, 신분증 등, 임대인이 그 계약에 관여했다고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증거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겨 놓아야, 뒤탈이 없다. 임대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을 관리해주는 전속계약을 체결했어도, 계속해서 제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을 해야 한다. 점검이 느슨해졌을 때 사고는 일어난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뉴스레터 구독신청하기 목록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