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경매시장에 주목하라

등록일 : 2022-11-01 조회수: 857

불황? 경매시장에 주목하라



한동안 활황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당시만 해도 집값 급등을 다루는 뉴스가 연일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는데 윤석렬 정부 들어서부터 거래절벽이니 집값 급락이니 하는 뉴스가 연일 포털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전세가 역전됐다.

문재인 정부 때 펼쳤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대출 규제, 세금 중과 등)에 대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외경제의 불황, 금리폭등, 국제정세의 불안 등 악재가 겹친 탓에 부동산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냉랭해지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표방한 현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 종합부동산세 완화, 지방 광역시·도 조정대상지역 전면 해제, 투기과열지구 조정 등 갖가지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어도 급랭하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경매시장도 이와 다를 바 없는 형국이다. 요즘 경매시장을 보면 썰렁하기 그지없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일 때는 각 지역 법원 경매법정 복도나 통로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입찰자들로 꽉 들어찼는데 요즘 경매법정은 방청석마저도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일 정도로 한산하다.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가고 건당 경쟁 입찰자가 10, 20명을 넘어간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2년 반만에 최저’, ‘경매 역대급 한파’,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22.5%...역대 최저’ 등 썰렁해진 최근의 경매시장을 대변하는 언론 보도자료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짧은 기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런 불황엔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라 했지만 그렇다고 경매시장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다. 불황일수록 빛을 발하는 것이 경매시장이라 하지 않는가. 경쟁입찰자수가 감소했다는 건 낙찰받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고, 낙찰가율이 낮아졌다는 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서울 89.7%, 인천 80.0%, 경기 79.7%를 기록했다고 한다. 거래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를 서울에서는 약 9억원에, 수도권에서는 8억원에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경매의 장점이 충분히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투자자나 실수요자 불문 이전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매시장을 노크해볼 필요가 있는 때이기도 하다.

그뿐일까.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 만큼 취득세 절감 효과도 있다. 예컨대, 시세가 10억인 전용면적 85㎡ 이하 인천 소재 아파트를 일반거래를 통해 취득할 때는 취득세(세율 3.3% 적용)가 3300만원이지만, 경매로 취득하게 되는 경우에는 약 8억원(9월 인천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80.0% 기준)에 취득할 수 있어 취득세로 2640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일반거래보다 660만원의 취득세가 절감되는 셈이다. 경매시장을 이용한 취득세 절감은 거래가격이 높을수록, 다주택을 취득할수록, 취득가로 인해 취득세 구간이 변경될수록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하더라도 경매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허가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서울만 하더라도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을 비롯하여 주요 재건축, 재개발 지역 등 서울시 면적의 9.2%에 달하는 55.99㎢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이들 지역에 소재한 부동산(토지, 주택 등)을 경매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취득 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것도 적용받지 않아 취득 즉시 되팔아도 된다.

그러나 경매가 이처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매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강제집행이라는 제도를 통해 채권자의 경매신청에 의해 강제로 매각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일반매매와 달리 경매물건에 수반되는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가처분, 지상권 등) 및 등기부등본 외적인 권리관계(유치권, 법정지상권 등)를 비롯해 임대차 관계, 물건에 대한 하자 등에 대한 책임 내지 치유는 온전히 낙찰자(매수인)의 몫이다.

권리관계, 임대차 관계 및 물건에 대한 조사(시세, 하자 등)의 소홀 내지 잘못된 분석으로 말소되지 않는 권리를 인수하거나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게 되거나 지나치게 놓은 가격에 낙찰되거나 물건의 하자 등을 떠안게 되는 결과로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전체 낙찰건수의 5%-7% 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전문적 지식이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시작하는 경매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불어 경매는 매각대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이전했다고 온전한 소유권이 낙찰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단순 토지라면 모를까 지상에 건물이 있는 경우에는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이나 소유자를 상대로 명도협의를 통한 이주, 또는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을 통한 강제집행까지 마무리해야 최종적이고도 온전한 소유권이 내게로 오는 복잡다단함이 있다. 점유자와의 명도협의 또는 강제집행이 경매취득에 최종 관문인 셈이다.

한가지 주의할 사항이 더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로 주택을 구입할 때, 그리고 그 구입자금이 전세보증금일 때에는 자금계획이나 이주계획을 더 상세하고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매매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의 임대차기간 종료 시기에 맞춰 이사계획(계약-중도금 지급-잔금 및 입주)을 세우고 임대차 종료 시 반환받은 보증금을 구입자금(잔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주나 자금계획에 있어 특별히 문제가 발생할 염려는 없다.

그러나 경매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게다가 전셋집의 보증금이 주택구입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에는 일반매매와 같은 이사계획을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일단 경매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나왔다고 한들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경쟁적으로 입찰해서 낙찰받아야 하는데 내가 낙찰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군다나 낙찰을 받고 매각대금을 납부해도 낙찰받은 주택 점유자와의 협의명도나 강제집행이라는 절차(대금납부 후 2-3개월 소요)가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일정에 맞춰 이사를 할 수가 없다.

낙찰이 늦어진다는 것은 내가 이사할 집을 구하지도 못한 채 전셋집을 빼줘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낙찰받은 주택의 명도가 2-3개월 걸린다는 것은 전셋집을 빼주고도 갈 곳이 없어 2-3개월 정도는 다른 곳에 거주할 공간이나 살림살이를 보관할 장소를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경매시장이 재테크 수단으로 또는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이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경매의 최대 장점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시장이 활황이고 경매시장이 과열될 때는 그 장점이 조금씩 쇠퇴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시장이 불황이고 경매시장 역시 냉각되고 소강상태를 보일 때엔 경매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시기이다.
특히 경매시장 관련하여 올해 4/4분기 이후 내년까지 주목해야 할 것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경매물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부동산시장 호황, 저금리 기조 등의 이유로 경매물건이 급감해 입찰할만한 물건 찾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으나 최근의 부동산시장 침체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2021년 7월 0.5%→2022년 8월 2.5%) 등으로 실질 담보대출금리가 7%를 넘어가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경매물건 증가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다만 경매물건은 대개 채권자의 경매신청 후 4-6개월 이후에나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빅스텝(기준금리 1.75%→2.25%)이 단행된 지난 7월 이후 부실채권이 쏟아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경매물건의 증가세는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체감할 수 있을 듯하다.
경매물건 증가는 물건 선택 여지를 넓힘으로써 경쟁이 분산되기 때문에 입찰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이 더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불황이지만 투자자나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바로 연말 또는 내년 경매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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